유품 전시 과정

어느 여름 날의 특별한 요청

날씨가 무척 더웠던 어느 날, 조금 특별한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. 일본에서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, 도쿄에 있는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다는 겁니다. 할머니는 젊은 시절 제주 4·3을 겪은 후 결혼과 동시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국을 등지고 살았다고 합니다. 할머니에 대한 사연은 한 잡지사의 기사를 보고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. 할머니의 유품은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영화감독 겸 미술가인 임흥순 작가에 의해 '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- 믿음, 신념, 사랑, 배신, 증오, 공포, 유령' 이란 주제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었습니다. 임흥순 작가는 이 할머니를 포함해 할머니 네 분의 삶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다룰 예정이었습니다. 이 때문에 일본에서 돌아가신 이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해 한국으로 가지고 와 미술관에 전시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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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본 도쿄 현장

일본 키퍼스에 유품정리 업무 협조를 요청하다.

나는 일본으로 연락해 한국에서의 사정과 전시 계획을 설명했습니다. 일본 키퍼스의 요시다 대표, 도쿄 지점장, 담당자인 사소(佐相),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사람은 온라인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했고,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습니다. 도쿄에서의 유품정리는 현지의 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일본 키퍼스가 계약하기로 했습니다. 통관과 국립현대미술관까지의 배송 등 한국에서 진행되는 일은 우리가 맡아서 진행했습니다. 일본 현장에서 정리하는 장면과 한국에서의 진행 과정은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습니다. 거리상으로 발생한 어려운 문제를 기술의 도움으로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.

인천항으로 들어온 유품의 통관이 문제였습니다.

임흥순 작가는 할머니의 유품정리와 이동 경로, 그리고 미술관에서의 전시 등 모든 과정을 영상에 담아 미술관에서 할머니의 유품과 함께 전시한 후 한편의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었습니다. 도쿄에서 유품이 정리되었고, 유품은 포장 후 배편으로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. 그런데 인천항으로 들어온 유품의 통관이 문제였습니다. 유품은 이삿짐이나 중고물품 수입과 달라 이전에 사례가 없었고, 통관절차가 까다로와 어렵게 미술관까지 배송되었습니다.